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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IT보조기기 지원사업 활용수기]작은 엔진을 달고 달리다

작성자
admin
작성일
2018-05-18
조회
654

※ 2017 장애대학생 정보접근을 위한 IT보조기기 지원사업 수혜 대학생 총 34명 중 22명이 공모한 IT보조기기 활용 수기에서 입상한 작품을 소개합니다.

 

 ‘작은 엔진을 달고 달리다’

 

토도 드라이브를 달기 전까지는 수동 휠체어를 쓰면서 안전에 대한 불안이나 다른 사람들에 비해 느린 것이나 그런 나를 기다려 주고 안쓰러워 해주는 친구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또 쉽게 지치고 답답하기도 해서 가끔 전동 휠체어라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곤 했었다.

그러나 막상 사자니 가격도 비싸고 차에 싣는 것도 어려우니 일반차나 택시를 이용하기 어려워진다는 여러 가지 면 때문에 선뜻 살 수 없어서 속앓이만 하고 있던 터에 학교 선배로부터 보조기기 지원 사업에 대한 얘기를 듣게 되었다.

처음 내가 지원한 기기는 스마트 드라이브였는데, 선배님이 사용하는 걸 보니 신기하기도 하고 무엇보다 속도가 빨라서 좋아보였다. 그런데 지원기기를 설명해 주시는 분께서 나에게는 스마트 드라이브보다는 토도 드라이브가 더 편하고 좋을 것이라고 제안해주셨다.

스마트 드라이브도, 토도 드라이브도 생소한 나였기에 그 둘에 차이점을 잘 몰라 선 듯 대답하지 못했었다.

일단 소개 받았으니 찾아보았는데 전동 휠체어랑 기능은 비슷한데 수동 휠체어 그대로라는 것이 신기했다, 전동 휠체어의 단점을 보완하고 수동 휠체어에 장점을 살린 혁신적인 아이템이라는 생각에 곧 바로 토도 드라이브로 하겠다고 말했다.

그렇게 개인적인 사정으로 인해 설치를 받지 못하다, 몇 달을 기다려 얼마 전에 토도 드라이브를 달았다. 작은 엔진을 단 나의 휠체어는 이제 드르륵 거리며 굴러가는 바퀴 소리가 아닌 마치 미니카의 바퀴가 굴러가는 소리가 났다.

작은 소리에도 잘 놀라는 편이라 걱정 했지만, 금방 익숙해 졌다. 아직까지는 운전에 미숙해 이리 저리 막 움직인다거나, 속도 조절을 하는 것이 라던가 아직은 어려운 점이 많지만 전보다 편리하고 빨라진 속도, 그리고 한 손으로 조이스틱을 컨트롤 하면서 다른 한 손으로는 물건을 편하게 잡을 수 있어서 너무 좋다.

아직은 교내에서 밖에 사용해보지 않았지만, 운전에 익숙해지면 외출해서도 편하게 사용해 보고 싶다. 친구들이 내 속도에 맞춰 준다고 기다리지 않아도 되고, 힘들게 밀어주지 않아도 되는 그런 날이 올 것에 기대하게 해준 나의 작은 엔진에게 감사한다.

나처럼 이러한 보조기기 지원이 필요한 학생들이 있다면, 좋은 기회를 놓쳐서 안타까워하지 말고 기회가 왔을 때 잡기를 바라고 그러기 위해서는 이런 지원 사업이 잘 알려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내 부족한 글이 광고에 효과나, 유용한 정보가 담긴 글은 아니지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길 바란다.

보조기기지원 사업이 더 많이 알려져 많은 장애 학생들이 편리한 학교생활을 했으면 좋겠다.

앞으로 미숙한 운전 실력을 키워서 토도 드라이브로 그동안 내가 가기 어려웠던 곳을 가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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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토도드라이브를 사용중인 김진주 학생

 

 

울퉁불퉁 하거나 경사가 심한 곳 같은 경우 수동으로 혼자 가는 것도 힘들지만, 타인에게 도움 받을 경우도 내 몸무게랑 휠체어 무게가 합쳐져서 무겁고 힘들어하는 것 같아 미안 했고 혼자 가지 못하는 자신에게 무력함에 좌절하기도 했었다.

이제는 보조기기의 도움을 받아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늘었다는 사실이 기쁘다. 물론 안전에 대해 잘 유의해야 하겠지만, 내게 주어진 기회를 놓치지 않고 잘 활용해서 변화하고 싶다.

미안함보다는 감사를, 전적인 도움을 받는 수동적인 입장에서 벗어나 내게 도움을 주었던 감사한 분들과 나와 비슷한 입장인 장애 학생들을 내가 할 수 있는 선에서 감사를 표하고 적극적으로 돕고 싶다.

장애는 더 이상 부끄러운 것도, 죄책감도 아니다. 단지 나의 양심이고 앞으로 성장 하고 싶게 하는 자극제이자 동기이다. 장애라는 이유로 움츠려들고 못 한다고 제한을 하고 분리되었던 이유는 사회적 환경이나 구조에도 문제가 있지만 그것을 그대로 받아 드리고 포기해버렸던 나에게도 문제가 있다.

해보지도 않고 환경 탓, 장애 탓으로 돌리고 포기해버리는 편이 쉬웠으니까 이러한 것을 방어기제 중 합리화와 투사라고 하는데 난 내가 해내지 못한 일들에 대해 그럴듯한 장애라는 이유를 대며 합리화 시키고 외출을 잘 하지 않는 것은 장애인들이 다니기 불편한 환경 때문이라고 그 탓을 환경에다 투사 해왔다.

나의 세상에 중심이 나라면 모든 것이 내게 맞춰지는 것이 가능하겠지만, 세상은 나 하나로 구성된 곳이 아니다. 세상에 장애인들은 많지만, 모두 나와 같은 장애를 가진 것도 아니고 나와 같은 장애 명을 받았다 하더라도 장애의 정도가 다르다. 장애의 정도가 비슷해도 그것을 수용하고 적응해나가는 방법은 다를 것이다.

이런 다양한 사람들이 함께 사는 세상에서 투사와 합리화만을 연속적으로 사용하는 것은 더 이상 자아를 보호하려는 것이 아니라 도망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좀 더 성숙한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내 자신을 있는 그대로 수용하고 스스로 변화하고자 노력해야 한다.

지난날들을 되돌아보고 몰랐던 보조가가에 대해서도 알게 되고 새로운 보조기기를 사용할 수 있는 기회에 감사하고 그 기회를 놓치지 않았던 내 스스로에게도 감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