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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IT보조기기 지원사업 활용수기 장려상] 손가락이 생겼다!

작성자
admin
작성일
2018-02-02
조회
262

※ 2017 장애대학생 정보접근을 위한 IT보조기기 지원사업 수혜 대학생 총 34명 중 22명이 공모한 IT보조기기 활용 수기에서 입상한 작품을 소개합니다.

 

‘자립과 성취에 한 걸음 더 가까워지다.’

– 장려상 –

 

“손가락 하나 까딱 움직이지 못해” 곱씹어보면 섬뜩한 말이다. 잠깐이 아니라 17년이 지났다. 좋은 날이 오리란 기대감은 있지만 아마도 생이 마감할 때까지 장애는 진행형일 것이다. 나는 스무 살에 벼락같은 교통사고로 목이 부러졌다. 그로인해 척수가 손상되어 사지마비가 됐고, 앞서 말한 문장처럼 “손가락 하나 까딱 못하고” 17년째 전신마비로 살고 있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우리는 ‘달나라를 넘어 아득히 먼 화성의 광석을 로봇이 수집해 분석까지’하는 첨단기술시대에 산다. 손발이 없거나 움직이지 못해도 신통방통한 보조기기는 이미 많이 나와 있다. 나는 7년여 전부터 헤드마우스라는 보조기기를 사용했다. 슬픈 과거형으로 말한 이유는 몇 해 전, 전동휠체어로 밟아버렸기 때문이다. 대신해 1차원적인 보조기기라 할 수 있는 마우스스틱을 입에 물고 키보드를 두드린다. 위생적으로 좋지 않고 사용하기도 힘들어 불편을 감수하며 사용하고 있다. 헤드마우스가 편리하긴 했지만 집에서 사용하는 PC에만 사용할 수 있다는 치명적인 한계가 있었다.

어느 날, 나와 비슷한 장애를 가진 동료와 통화 중에 기쁜 소식을 들었다. 경기도재활공학서비스센터에서 삼성SDS의 후원을 받아 장애대학생 IT보조기기 지원 사업 대상자를 모집하는 공고가 떴다는 것이다. 2017년 정보통신보조기기 보급사업 신청에서 떨어진 터라 애타게 기다린 소식이었다. 나는 올해부터 서울사이버대학교 사회복지학부 3학년에 편입했다. 집 안팎에서 강의를 듣고 필기를 하고 리포트를 쓰며 전공수업에 필요한 책을 읽어야 했기에 내게 맞고 필요한 특수마우스가 필요한 때였다.

큐하조노 마우스는 PC뿐 아니라 안드로이드를 기반을 둔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도 사용할 수 있다. 스마트폰은 PC와 유선으로 연결해 원격으로 사용했지만 그 한계는 집에서만 쓸 수 있다는 점이다 스마트폰이 생활의 혁신을 가져오면서 이미 생활필수품이 된 지 오래다. 그렇지만 내게 스마트폰은 통화나 알람용으로만 쓰였다. 손가락으로 터치 못하는 스마트폰은 2G폰이랑 다를 게 없다. 2G폰도 누를 수 없다는 점에선 내게 마찬가지지만……. 작년부터 관심 가는 보조기기라 유튜브나 제조회사 홈페이지에서 못 먹는 감, 눈으로 찔러만 보고 있었다. 이번에 기회가 닿아 신청하게 됐고 나의 간절함이 통했는지 최종적으로 지원대상자가 됐다는 연락을 받았다.

 

큐하조노 마우스를 받고 한 달이 지났다. 일상에서 혁명이 일어났다. 은행이나 주민 센터에 가지 않고 어디서나 볼 일을 본다. 홈쇼핑으로 필요한 물품을 구매하고 이달의 일정을 체크한다. 전철노선을 미리 확인하고 영화표를 예매한다. 기다리는 동안 음악을 듣거나 얼마 전에 구입한 베스트셀러 e-book을 읽는다. 집에 돌아가는 저상버스 노선과 도착시간을 알아본다. 그리고 밀린 강의를 밖에서 수강한다. 이 모두가 밖에선 상상도 못한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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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큐하노조 마우스를 사용하여 인터넷에 접속중인 성윤씨

 

스마트폰은 내가 터치를 못해서 꼭 누군가가 해줘야 했다.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는 만지는 사람은 활동보조인 선생님이나 곁에 있는 사람들이었다. 그분들에게 부탁하여 전화를 걸거나 문자나 SNS를 확인했다. 모바일뱅킹을 할 때도 비밀번호와 OPT카드번호를 누군가에게 누르게 했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사생활이 노출되게 마련이다.

 

사이버대학 강의를 시청하려면 밖에서 활동하다가 신데렐라처럼 시간에 쫓겨 집으로 돌아와야 했다. 전에는 스마트폰으로 강의를 들을 수 없기에 다른 비장애인 학생들보다 진도 면에서 늘 경쟁력이 떨어졌다. 나는 지하철이나 버스, 장애인콜택시 안에서 보내는 시간이 꽤 많다. 그런 시간을 무의미하게 보내기 아까웠다. 그렇지만 이제부터는 내가 직접 큐하조노 마우스로 터치하면서 그런 걱정은 필요가 없다. 이를테면 무에서 유가 창조됐다. 손가락 하나 까딱 못해서 스스로 조작하거나 컨트롤할 수 없던 생활이 끝났다. 이제는 내가 선택해서 실행할 수 있다. 비록 손가락 하나 역할의 보조기기지만 아무것도 못하던 내가 주도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생긴 것이다.

 

이처럼 밖에서도 모바일 기기가 사용이 가능하면, 양손 없이 이십 년 가까이 생활한 나에게는 손가락이 생긴 셈이다. 중증장애인에게 보조기기는 새로운 신체가 된다. 눈, 입, 귀, 손 등의 잃었던 기능을 새로 부여받는다. 이번 기회를 빌어서 집 안팎에서 쓰는 큐하조노 마우스를 이용해 자기계발의 효율성을 높여야겠다. 졸업과 자격증을 취득하여 취업의 경쟁력을 높이고 장애인인식개선인권 강사로도 활동할 계획이다.

 

손가락이라 표현했지만 손 하나, 팔 하나 이상의 기능이 생겼다. 엄청난 변화의 경험이다. 나는 이따금씩 사람들에게 농담처럼 말한다. 지하철에서 스마트폰에 영혼을 빼앗겨 이동시간에 재미를 느껴보고 싶다고 한다. 공부도 좋고, 독서도 취업준비도 좋다. 그렇지만 그보다 중증장애인들에게 보급하는 보조기기를 통해 누구나 누리는 일상의 소소한 성취감을 느끼게 하는 일, 문득, 그게 보급사업의 방향성 같다는 생각이 든다. 꿈만 같다. 엄지척! 나에게 손가락이 생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