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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향] 장애인 정보화와 보조공학

작성자
admin
작성일
2013-02-21
조회
367
장애인 정보화와 보조공학

박영식 한국정보문화진흥원 접근지원팀장

컴퓨터와 인터넷을 비롯한 정보통신 서비스는 상대적으로 낮은 접근 장벽으로 인해 장애인에게 새로운 기회를 제공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일반인에게는 업무의 효율화, 생산성 향상 등의 의미로 다가오지만, 장애인에게는 그간 할 수 없었던 많은 일들을 ‘할 수 있게’ 해준다는 의미를 부여한다. 그러나 그 안에서도 정보통신 서비스가 자체적으로 지니는 접근성의 한계로 인해 장애인에게 또 다른 좌절을 주고 있고, 여타 다른 서비스와 마찬가지로 적지 않은 소외현상을 일으키고 있다. 그리고 대다수의 비장애인들은 이 문제를 인식조차 못하고 있다. 우리나라가 스스로를 정보통신 강국, 선진국이라고 말하고 있지만, 장애인에 대한 정보통신 서비스 환경을 돌아보면 아직 갈 길이 멀었음을 알게 된다.
정보통신 서비스의 근간이 되는 인터넷과, 장애인의 컴퓨터 이용을 위한 보조기기를 중심으로 우리나라의 현주소와 문제점,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생각해보자.
장애인과 인터넷

정보사회를 시작시킨 것은 컴퓨터이지만, 이 컴퓨터에 막강한 생명력을 불어넣은 것은 인터넷이다. 수많은 지식과 정보가 하나로 연결되어 형성된 인터넷이 가지는 무한한 잠재력은 아직도 그 끝이 보이지 않는다. 교육, 취업, 행정, 여가, 문화, 금융 등 모든 서비스가 인터넷을 통해 통합되는 추세이기 때문에 인터넷에서 소외된다는 것은 곧 경쟁력 상실을 의미하며, 인터넷 소외가 사회 소외로까지 이어진다 해도 과언이 아닌 사회가 됐다. 그런데 장애인, 그 중에서도 시각장애인은 인터넷에 대해 심각한 접근 장벽을 겪고 있다. 인터넷 콘텐츠라는 것이 대부분 컴퓨터 모니터를 통해 읽게 되는, 시각적인 정보라는 것이 주요 원인이다. 물론 스크린리더라고 하는 화면낭독 SW를 통해 인터넷을 이용할 수 있으므로, 원칙적으로는 시각장애인도 모든 정보를 음성정보로 변환하여 얻을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사실상 원하는 정보를 제대로 얻고, 인터넷 뱅킹이나 서류 제출 등의 복잡(?)한 일을 하는 것이 이들에겐 거의 불가능하다. 이것은 기업들이 인터넷 사이트 제작 시 지켜야할 기본 규칙, 즉 웹 접근성을 지키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지면상 자세한 내용을 언급하기는 어렵지만, 웹 접근성 지침이란 복잡한 것이 아니다. 우리가 건물을 지을 때 휠체어 장애인을 위해 계단을 경사로로 만들고, 지하철의 안내멘트를 방송과 함께 전광판으로도 제공하듯이, 웹 콘텐츠 제공 시 약간의 팁을 추가로 제공하는 것 뿐이다. 더구나 이들 대부분은 장애인을 위한 추가 작업이 아니라, 웹 개발에 대한 본래의 표준을 준수하는 것이며, 별다른 추가비용 없이 개발자가 기존 대비 대략 10%의 노력과 시간만 더 투자하면 만들어질 수 있는 것들이다. 복지선진국은 웹 접근성 표준 지침 준수가 반 의무화되어 있는 경우도 있고, 장애인이 접근 가능한 사이트가 많이 있지만, 우리나라는 매우 취약하다. 2005년도에 국내 정부부처 및 공공기관의 웹 사이트를 대상으로 접근성 실태를 조사한 결과에서 웹 접근성을 모두 준수하고 있는 곳이 하나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는 사실은 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이는 무엇보다도 인터넷 사이트 개발 관련자들의 접근성 준수에 대한 인식 부족이 가장 큰 원인일 것이다. 또한 안그래도 접근성이 낮은 사이트를 최대한 화려하고 다양하게 치장하고 꾸미는 우리나라의 인터넷 문화도 한 몫 하고 있다. 기본이 무시된 상태에서, 요란하고 화려할수록 장애인이 이용하기 어려워지는 것은 인터넷이나 일상생활이나 마찬가지이다.
이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정부는 2002년부터 관련 표준 연구개발, 동향 파악 등을 수행하고, 인식제고 차원에서 접근성을 주제로 한 세미나 개최, 홍보물 및 교재 제작?배포 등을 시행하고 있으며, 홈페이지 담당자들을 대상으로 한 교육과정도 개설,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가시적인 성과를 보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듯하다.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고, 민간, 기업이 함께 하는 다각도의 꾸준한 노력이 필요하다.

우리나라의 정보통신 보조기기 산업

장애인이 컴퓨터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보조기기를 요하는 경우가 많다. 시각장애인에게는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은 스크린리더가 필수적이며, 지체장애인의 경우 유형에 따라 다양한 특수마우스, 특수키보드가 요구된다. 이외에도 정보통신 보조기기에는 컴퓨터 이용 뿐만 아니라 상호 통신을 위한 영상전화기, 보완대체의사소통기기 등 많은 특수기기들이 포함된다.
정보통신 분야에 대해 국한하지 않더라도 보조기기?기구를 개발하는 보조공학 혹은 재활공학 분야 전반은 대체적으로 경제적 기반이 취약하다. 우선 기술과 제품에 대한 수요가 작기 때문에 대부분 영세한 규모의 기업들이 활동한다. 일반인 대상 시장에 비해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시장인데다, 장애유형?정도별로 욕구가 매우 다양하기 때문에 작은 시장이 더 세분화되어 개별 제품의 시장이 매우 작다. 결과적으로 보조공학?보조기기 시장에서는 작은 규모의 기업이 높은 가격의 제품으로 활동할 수 밖에 없게 된다.
이렇게 열악한 보조기술 산업과 시장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정부 차원에서의 지원이 불가피하다. 많은 선진국들은 보조기술의 발전을 위해 정책 자금을 지원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한 개의 독점기업도 안정적인 수익 창출이 어려운 상황인데 비해, 미국 등의 복지선진국은 이를 바탕으로 수많은 기업이 활동하고 있으며, 동종의 보조기기 제품에 대해 여러 기업이 경쟁할 정도로 활성화되어 있다. 우리나라의 보조기기 산업은 사실 미개척 분야나 다름없다. 대부분의 관련 기업이 영세하며, 이조차도 거의가 자체 개발 기업이 아닌 외국제품의 수입 유통 형태인 경우가 많다. 국내 정보통신 보조기기 산업을 활성화시키기 위해서는 정부 차원에서의 다각도의 노력이 필요하다. 우선 정보통신 보조기기에 대한 국내 실태 및 이용통계, 수요, 그리고 해외 실태에 대한 면밀한 조사를 수행하고, 이를 토대로 장기적으로 보조기기 산업을 활성화시키기 위한 구체적 방안을 수립해야 한다. 다음으로는 우수 보조기기 제품이 많이 개발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다수 기업들이 제품 개발에 참여할 수 있도록 다양한 개발 지원 사업이 양적 질적인 면에서 확대 시행되어야 한다. 우수 제품들이 많이 나오면 장애인들의 정보통신 보조기기에 대한 관심은 저절로 높아지게 될 것이다. 물론 장애인의 전반적 경제력을 고려하여 보급 사업도 지속적으로 수행하여 일정 규모의 시장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현실적이고 가시적인 효과를 거둘 수 있을 때까지 규모면, 내용면에서 지속적으로 지원을 확대 시행하여야 한다. 이와 더불어 시행되어야 할 것이 정보통신 보조기기에 대한 구체적이고 상세한 정보를 쉽게 얻을 수 있는 정보창구의 제공이다. 온라인 뿐만 아니라 인근 관공서에서도 해당 정보를 전문적 수준으로 쉽게 접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해야 한다. 이를 위해 보조기기 관련 데이터베이스가 먼저 갖추어져야 함은 물론이다.
이와 같은 과정을 통해 보조기기 산업이 활성화되고 안정되면 다음 단계로 ‘맞춤형’ 산업을 시도해볼 필요가 있다. 물론 이것은 전단계보다도 더 큰 재정적 지원이 필요할 것이다.
우리나라도 장애인이 어깨를 활짝 펴고, 당당히 이 사회의 주인이 되는 날이 빨리 오기를 기대한다. 물론 필자를 비롯, 모두가 함께 열심히 노력해 나아가야 할 일이다.